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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석기 칼럼] 거절과 실패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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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오랫동안 정성 들여 쓴 원고를 갖고 갔다가 “출판에 대한 거절”을 당했습니다.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출판사로부터 “거절하는 이유 – 서둘지 말고, 좀 더 차분하고 부드럽게, 독자를 생각하면서 쓰라.”는 조언을 듣고 반성을 하고 다시 생각하며,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모처럼 좋은 생각이 나서 구체적인 실행방법까지 정리하여 고객을 찾아 갔습니다. 이 프로젝트만 잘 하면 큰 사건(?)이 될 만 했습니다. 그러나 고객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객 앞에서 얼굴을 붉히진 않았지만,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몇 년 전, 급한 사건이 생겨서 친구들에게 아쉬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기꺼이 도와 준 친구들도 있었지만, 냉정히 거절을 하면서 외면한 친구들이 더 많았습니다. 야속하고 서운했지만, “그들은 전혀 잘못이 없으며, 나 자신만의 죄”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별로 좋지도 않은 공고 1차 시험에 떨어지고 청량리 근처에 가서 엉엉 울었습니다. 2차에도 합격할 가능성이 없을 듯 했습니다.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지으려다가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가 가까스로 2차에 합격을 하고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기능공으로 일을 하다가 대학을 가고 싶어 예비고사를 봤는데, 성적이 형편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가고 싶어 재수 삼수를 하고도 1차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후기를 볼까 말까 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시험을 봤습니다. 3년 만에 가까스로 붙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줄 알고 도전할 때마다 고배를 마시며, 포기를 생각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은 욕심도 컸습니다. 머리가 좋은 줄 알았고,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를 줄 알았지만, 너무 많은 실패와 거절을 당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고 이웃들에게 민폐도 많이 끼쳤습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배짱이 생기고 인내심을 키웠습니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쉽게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재기를 할 때마다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었지만,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인생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베토벤도 그랬고, 쇼팽도 그랬으며, 괴테도 그랬을 겁니다. 흑사병 때도 그랬고, 홍콩 독감 때도 그랬으니, 코로나 때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인류 역사에서 힘들 때마다 문학이 발전하고 철학이 성장했으며, 전쟁과 바이러스가 판을 칠 때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습니다. 개인이나 인류나 국가나 사회나 힘들고 괴로울 때 발전하고 성장합니다.   

 

아직도 욕심이 있냐고 묻는 이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욕심과 욕망에 얽매여 살지 모르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은 겁니다. 그게 노망(老妄)이라고 해도 좋고, 늙은이의 주책이라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건강히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