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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몰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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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군대에서 제대하고 난 뒤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레프팅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의 소개로 레프팅가이드 자격증을 따고, 그 해 여름 두 달 동안 레프팅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다. 평범하지 않은 아르바이트였기에 좋은 경험이었지만, 두 달 뒤 후배랑은 사이가 멀어졌다.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패기까지는 좋았으나, 결정적인 이유로 사이가 멀어졌다. 방학이 끝나고 개강한 뒤에도 사이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당시엔 어려운 경험이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저녁마다 술을 마셨다. 손님들과 마시기도 하고, 사장님을 포함한 선배들과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많이 취했다. 필름이 끊긴 건 아니었으나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숙소로 돌아가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밤 10시였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배가 고팠다. 주위를 둘러보니 컵라면이 있어서 해장도 할 겸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한참 허기를 채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술이 덜 깬 얼굴로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비쳐졌다. 그 뒤로 술을 끊어버렸다. 2007년 7월에서 2022년 1월이 되기까지 술잔을 입에 댄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감기몸살 따위로 열을 내기 위해 소주잔 한 잔 마시는 정도였다.

 

물론 당시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20대 젊은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술자리에서 술을 먹지 않는 것은 자기관리에 투철한 사람이라기보다는 특이한 학생으로 분류될 정도니까. 학과대표라는 직책이 없었더라면 이전처럼 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놀랍게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나는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대신 나와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긴다. 책을 좋아하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 어제보다 발전된 오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함께 레프팅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던 선배들과 후배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제 그런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헝가리 출신의 심리학자였던 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시카고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동네 술집에서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때우는 것도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정말로 성숙해지려면 대화를 통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사고를 가진 상대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긴요한 것은 결국 고독을 견디는 능력, 아니, 고독을 즐기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문화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1985년 1월 생인 나와 2020년 1월생인 나의 아들이 생각하고 경험할 문화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차이로 인한 생각의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공유하는 게 서로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 독서로 말미암은 사색이 있다.

 

2022년은 호랑이의 해다. 사실 호랑이의 해든 고양이의 해든 올바른 신념과 가치가 정확하지 않다면 해가 바뀐들 달라지는 게 무엇이겠는가. 나에게 있어 2022년은 새로운 시작을 넘어 더 큰 경험과 성장을 목표로 몰입하기로 결심한 해다. 독서, 사업, 집필, 회사생활 모두 조금씩 성장할 것을 기대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2022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책도 한 권 샀다. 알렉산더 헤밀턴과 제임스 메디슨, 존 제이가 집필한 <페더럴리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