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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사해설] 연필 대신 총 든 '소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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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야 할 어린 소년이 어른 병사 가운데서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 이들, 어린이들은 연필 대신 총을 들어야 하나? 교실에 있어야 할 어린이가 왜 전쟁터에 나가 총을 메야 하나? 그리고 총부리를 겨눠야 하나?

 

우리나라도 6·25전쟁 중, 중·고등학생들이 분연히 전쟁터에 나가서 공산군과 피 흘리며 싸워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때가 있다. 이런 소년병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명분보다는 대부분 무장 조직에 의해 동원돼 전투뿐만 아니라 정보원이나 약탈자, 전령, 정찰병, 조리병, 짐꾼, 간첩 그리고 노예로도 이용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쟁에 군인으로 동원된 아이가 8천500명에 달했고, 전쟁 와중에 각종 범죄에 시달린 아이는 2만 명에 이른다고 최근 유엔이 발표했다. 이처럼 전쟁에 군인으로 동원되는 아이들을 ‘소년병’이라고 부른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아이 수천 명이 무력분쟁 지역에서 군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소년병 가운데 나이가 6세에 불과한 아이들도 있다. 소년병 대부분은 비국가 무장 조직이 동원한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등에 가장 많은 소년병이 있다.

 

총을 드는 아이들이 남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시리아 그리고 예멘 등 각지에서 여자아이들 또한 많이 동원된다. 특히 여자아이들을 성 노예로 동원하는 경우도 있어 참으로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소년병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한다. 많은 아이가 납치되거나 강제로 군인이 되나, 극도로 가난한 아이들은 무장 조직이 생존 기회를 준다고 믿어 자발적으로 전장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또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소년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장에서 경험한 폭력이나 잔혹 행위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전쟁 공포에 노출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안은 채 전장을 떠나고, 그 결과 심리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국제 아동 구호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전직 소년병들은 다시 소년병이 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관련 단체들은 전직 소년병 지원 프로그램에 있어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이들을 군인으로 만들거나 동원하는 것은 전장에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이 설정한 금지 항목 가운데 하나다. 또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분쟁 지역에서의 소년병 강제 동원을 가장 나쁜 아동 노동 형태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170여 개 나라가 ‘무력 분쟁에서 아동의 참여에 관한 아동 권리 협약에 대한 선택적 의정서(OPAC)’를 비준했다. 이 의정서는 18세 미만 아이들이 전투 등 적대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개 이상 나라에서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쯤 아이들이 총 대신 연필을 잡고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