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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석기 칼럼] 성적은 구걸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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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을 학교에 모셔 와서 교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성적을 올려 달라고 비는 대학생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많은 학생들로부터 성적을 정정해 달라는(올려 달라는) 문자와 메일로 교수들은 골치를 앓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섰고, 체감으로 느끼는 실제 실업률은 더 높다고 한다. 한편, 중소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근로자를 쓰는데 어려움이 많고 인건비도 적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조선일보 2016. 3. 21.).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인정받는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25%가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가 넘는다.

최근 중국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공장을 지을 거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여러 곳에 공장을 지었다. 그 모든 공장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일자리는 외국과 외국근로자들에게 빼앗기고, 우리 젊은이들은 남의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예상된다.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 온 젊은이들도 취직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버티고 있다.

위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는 벌써 십여 년 전에 예상된 일들이다. 경제정책이나 노사문제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20년이 넘도록 정쟁에 매달리는 지도자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또 몇 십 년은 갈 수도 있을 것이며, 한국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멍청한 국정책임자들이나 자기 앞가림만 하는 지도자들 탓만 하면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일본이 한국을 36년 동안 강제로 점령했을 때나, 3년간 전쟁을 치른 6.25전쟁 때에도 아등바등하며 살아 남으려고 애를 썼다.

나약한 정신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성적을 구걸하며 산다는 것은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빈둥거리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자꾸만 옛날 이야기를 꺼내고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인류 역사는 그런 것이다.

흙수저 금수저를 아무리 이야기하고 헬조선을 떠들어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달콤한 위로를 던지면서, 대세의 흐름을 좌우하는 듯한 유행어를 퍼뜨리는 사기꾼들”이 아니다.

얼마 전, 지인의 자녀 K군은 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 입사시험에 여러 번 떨어졌다. 하는 수 없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국 자동차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차를 보러 오는 고객의 차를 양복을 입은 채 닦아 주고, 모르는 한자를 6개월 동안 공부해서 한자2급 자격증을 받았다.

서울 지역의 판매망을 갖고 있었지만, 부산에 사는 고객을 만나러 부산까지 다녀왔다. 그는 입사 2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하여 억대 연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극복하려는 강한 정신력과 자세를 갖고 견디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힘들어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경제가 나빠져도 잘 되는 가게가 있고, 멀어도 찾아가는 음식점이 있다.

경쟁력과 가치는 고객이 결정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고객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