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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반응방식을 선택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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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시절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려움과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당한 시간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일즈에 전혀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자동차 영업을 했고,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 관리자로 밤 10시, 11시까지 일했다.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어 사표를 쓰고 나와서 세차장에서 시급을 받아가면서 일했다.

 

세계 5대 금융기관이라는 외국계 보험사에서도 얼마간 근무를 했으나, 아버지 양복을 입고 학예발표회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1년을 버티고 퇴사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특성상 사람들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딱딱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꽤 성공한 선배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라는 이야기가 귓구멍으로 쏙 들어오는 바람에 고물상에 이력서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다.

 

세상을 몰라서 엉뚱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6개월 동안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다가 고소를 당하는 바람에 법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경험도 있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었기에 무죄로 풀려나긴 했지만 상당히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순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선택한 길이었는데, 덕분에 운명은 내게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시간도 잃을 수 있는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마인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분별력과 태도는 놀라운 기회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람을 보는 눈, 일의 미래를 가늠하는 눈은 이론만으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기회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출신 지인을 통해 정부사업을 함께하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으나, 세차장보다는 시급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고립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나온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유서, 편지,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 마지막 월세이거나,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선택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저기에 도움의 전화를 걸었더라면, 소리쳐 싸우고 대들고 하소연이라도 했다면, 구걸이라도 할 요량으로 길거리에 나섰더라면 분명히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비극적인 결과의 시작점에는 잘못된 선택이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결과의 시작점에도 선택이 있다.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대단히 훌륭한 선택은 아니고, 단지 조금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좌우를 살피며 재빨리 무단횡단을 하느냐,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냐의 차이다. 무단횡단은 옳지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분별력과 같은 말이다. 나는 종종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적절한 분별력을 기르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일어난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반응 방식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무언가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해를 입힘으로써 슬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성품, 즉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이 반드시 상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가 겪은 힘든 경험들은 자신의 성품을 형성하고 내면적 힘을 개발해주는 시련이다. 이는 또 장차 닥칠 어려운 여건을 다스리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내력도 키워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36p, 스티븐 R. 코비, 김영사

 

인간에게 있어서 훌륭한 분별력은 지혜로운 시간으로 삶을 매꿔가는 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삶의 도구다. 누구든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90%는 잘못된 반응 방식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죄가 있어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니, 피해 갈 수 없는 결과였다느니 하는 운명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정적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면 감옥을 떠올려 보라.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르는 즉흥적선택주의자들이 모인 곳이다. 불치병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갇힌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많지 않다.

 

독서하고,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속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과정들은 올바른 분별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다.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올바른 선택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혜이자 그런 노력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며, 그렇기에 동사(動詞)형이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올바른 선택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존심에 상처가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만나는 결과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무단횡단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결과를 예측하지 않은 사고의 부재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떤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 극복해야 하며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원들이 사우스 웨스트가 항상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 Southwest Airlines CEO 허브 캘러허

 

국내선 여객 수송인 수 세계 1위, 여객 운송 기준 세계 3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내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고객이 1순위, 직원이 0순위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기록한 세계적인 항공사의 ceo 허브 캘러허는 직원의 행복이 고객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직원의 만족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오늘 내가 내린 선택이 20년 뒤, 30년 뒤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