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이 헬스 트레이너로 재직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다. 키는 175인데 몸무게가 95kg에 육박한다. 멀리서 봤을 때 불룩하게 나온 배 때문에 전혀 트레이너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의 거대한 팔뚝과 가슴근육은 꽤 튼튼하다. 소위 말하는 벌크업Bulk up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그는 결코 훌륭한 트레이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루는 그가 하소연을 해왔다. 평소 이렇다 할 하소연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보았다.
그의 말인즉슨, 남의 뒷담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충고에 의하면 '트레이너가 그렇게 몸 관리를 해서 어떡하냐'는 거다. 선명한 근육을 갖고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뱃살만 뒤룩뒤룩 찌워서 무슨 트레이너를 하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했다. 몇 번을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 하고 더 큰소리를 치느라 힘이 빠진다고 이야기하며, 한동안 상심에 젖어 있었다. 얼마 뒤 그는 자신이 팀장으로 근무하는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의 관장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놓았고, 수많은 프로급 보디빌더와 트레이너를 양성한 경력이 있는 관장은 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무슨 소리야?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먹고 더 찌워야 돼!"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양성하는 관장이 아니었더라면 그의 말이 그렇게 힘있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림잡아 50은 훨씬 넘어 보이는 중년 관장이었으나 다부진 어깨, 떡 벌어진 가슴, 꼿꼿한 허리, 그리고 거대한 허벅지 둘레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는 나의 지인을 향해 "일단은 몸을 계속 키워야 돼. 근육량도 이 정도면 괜찮지만, 지금보다 10kg은 더 찌워야 될 거야. 그러려면 더 많이 먹고 더 열심히 운동해야 돼."라고 이야기하며 '지도력이란 무엇인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지도력은 '누군가로부터 지도받지 않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을 하게 만드는 능력'을 일컫는 단어다. 여기에서 지도력은 명령order이 아니라 지도coaching에 힘이 실린다는 점을 명심하자. 명령order은 상하 관계 혹은 종속관계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듣는 단어다. 지도coaching는 상하관계나 종속관계보다는 파트너 관계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단어다. 일상생활에서 지도력을 갖춘 사람들이 보기 드문 이유다.
베이비 붐 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가 지나고 mz세대가 돌아왔다고 한다. 이젠 mz세대를 넘어 새로운 세대가 도래할 지경이다. 같은 국가, 같은 민족,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세대가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방식을 갖고 상대방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올바른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야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서 적당히 거리를 두며 나쁘지 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만, 사람을 보는 눈 자체가 모호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의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칭찬에 익숙하다.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것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칭찬은 지도자가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무기이자, 비용이 들지 않는 선물이다. 칭찬은 상대방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있는 사람들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부정을 멀리하고 칭찬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충분히 지도자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칭찬에 인색하지 않기’와 같은 덕목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에 불과하다. 지도자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 글쓰기, 명상, 요가, 혼자만의 산책 등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호간의 소통과 단합을 빌미로 의미 없는 모임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한 셈이다.
세대차이는 서로 간의 이해관계와 인식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그릇이 얼마나 크고 작은가에 따라 나뉘어지는 관계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관계는 평생 어려운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지도자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해줄 사색의 시간 외에 그 어떤 여유도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