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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나이가 들면서 사라져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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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가 남긴 인생의 행복을 위한 3가지 중요 요소가 있다. 우정, 자유, 사색이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의 5가지 요소를 긍정 정서, 의미, 성취, 관계, 몰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에피쿠로스의 우정, 자유, 사색은 마틴 셀리그먼이 이야기한 5가지와 연결되어 있다. 긍정적인 정서는 진심어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혹은 가족의 사랑과 우정으로부터 비롯되는 심리적 안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그 힘을 통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론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이론에만 치우친 행복의 요소들'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대부분의 요소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들이라는 데 있다.

 

10대 시절에는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조용한 성향을 가진 친구, 과격한 성향을 가진 친구, 거짓말에 능하거나 욕을 잘하는 친구,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친구 등등 다양하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을 접하는 동안 나와 맞는 친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대부분 나와 맞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때 만들어진 훌륭한 친구관계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큰 도움을 주고 받는 평생친구가 되기도 한다.

 

20대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관계가 절실해진다. 계획보다 행동에 능하며 진취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면 확실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친구에서 동료로, 동료에서 동지로 나아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위대한 철학자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19세기 영국 총리)의 말처럼 "삶은 시시하게 살기엔 너무 짧다." 그럼에도 시시하게 살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너무나 많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것은 주름뿐만이 아니다.

 

10대 시절에는 대학 입시라는 틀에 박혀서 살고, 대학생이 되면 취업만 준비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흘려버린다. 결혼 이후에는 자녀들의 사춘기 혹은 입시 준비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생기고, 나이가 들어 업무 재량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판단력과 경영능력이 필요해지는 때가 온다. 그때부터는 자기관리에 있어서는 시간과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관리 능력Self-control ability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도태되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마틴 셀리그먼의 '행복의 5가지 요소'와 에피쿠로스가 남긴 '인생의 행복을 위한 3가지 중요 요소'는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만한 요소들이다. 이론만으로 행복을 정의내리기엔 행복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정서, 의미, 성취, 관계, 몰입 중 어떤 것도 정확하게 현실화할 수 없다.

 

우정, 자유, 사색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가진 백수가 아닌 바에야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과 행복의 3요소를 토론주제로 삼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이가 들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무의미하게 바라만 봐야 할 것인지,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고 힘있게 도약할 것인지는 오직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