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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설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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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학습지 기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친절하고 겸손하셨으나, 간혹 그렇지 않은 분들도 더러 계셨다. 그런 분들을 관리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을 이야기해도 듣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젊은 남자 교사의 실력이 다른 교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날 리는 없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그러다 첫 책이 출간되자마자 내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는데, 항상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책이 출간된 이후에 전적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권한을 나에게 맡기는 분도 계셨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거나 스티커를 제작할 때도 의도적으로 전문가의 분위기가 풍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켰다.

 

우리는 다양한 심리학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심리학에 기초를 둔 마케팅 요소가 상당히 크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설득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과 같은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협상과 설득은 비슷한 말이지만, 협상이 상호 간에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대화 과정의 일부라고 한다면 설득은 세일즈나 판매처럼 갑을관계가 조금 더 명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 다양한 설득 심리학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구상해낼 수 있다.

 

일례로 행동심리학(behavioristic phychology)은 어떤 특정한 학설이나 논문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의 원리를 파헤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행동과 상황을 주체로 하여 심리의 이동방향을 관찰하는 학문의 일종인데, 가령 동네에 싸고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가 오픈 기념으로 전 제품을 선착순으로 100명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공고가 붙으면 사람이 몰리는 것과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가격 대비 훌륭한 상품을 싼 값에 구매하려는 심리에 선착순이라는 단어를 접목시킴으로써 빠른 선택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다른 예로 똑같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이성이 매기는 점수는 0점에서 100점까지 다르게 측정되기도 한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설득의 형태 속에서 긍정의 요소와 부정의 요소를 분별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생각의 점진적인 진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제 아무리 명백한 잘잘못의 결과를 따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모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는 말이다. 일례로 모든 10대 학생들은 탈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반면, 다양한 요소들(부모님의 간곡한 권유와 눈물, 선생님의 희생, 미래에 대한 기대, 이루고 싶은 꿈 등)로 인해 다소 힘들고 어렵더라도 정도定道를 걷기로 결심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온갖 부정적인 상황들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혹자는 별로 훌륭하지 않은 선택, 이를테면 낙태, 마약, 이른 성관계 등을 두고 쾌락, 혹은 자유의 추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올바른 생각의 습관화를 사랑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을 두고 자유를 빙자한 정신적 타락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상호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싹트는 사랑만큼 서로 간의 호감을 빠르게 높이는 과정은 없을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성격 혹은 생각을 갖고 있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가치관과 견해를 가진 지도자(심지어 그 조직 안에서의 권위가 그로 하여금 1.3cm 정도 키가 커 보이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의 지휘 아래 어긋난 선택을 습관화하는 집단에 오랫동안 속해 있으면 조작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값비싼 옷, 화려한 패션, 반면에 스스럼없는 욕설과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어른의 삶을 동경하는 친구가 있다면 잘못된 가치관과 견해를 가진 지도자일 가능성이 많다. 미래에 그릇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그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좋다.

 

심리학은 마술 같은 조종술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학문이며 사고의 흐름을 전환시키는 기술에 불과하지만, 인류 역사상 적절한 심리학의 활용 없이 훌륭한 삶을 산 유례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내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의 삶이 몰라보게 바뀌어서 훗날 미래를 이끌어가는 태양과 같이 빛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