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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준우 칼럼] 마인드 리터러시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글을 쓰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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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나는 꽤 산만한 편이었고 공부와도 전혀 거리가 먼 부류였다. 반장이나 전교회장은 꿈도 꾸지 않았고,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도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이렇다 할 특징이랄 게 없었다. 소심하고, 눈물이 많고, 앞에 나서기보다 뒤로 물러나 가만히 상황을 지켜만 보는 부류의 학생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유독 책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책을 한 권 사주시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물론 그 시대가 그러했기에 그랬던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초, 경북 안동이라는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작고 정보의 속도가 느린 도시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책 말고 무슨 놀거리가 있었겠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이가 들면서 드러나게 된 나의 숨겨진 끼와 능력들 때문이었다. 확실히 내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술들이 몇 가지 있었다. 독특한 생각을 진행시켜 나간다든지, 희생정신이 유달리 뛰어나다든지, 연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은 공부와 전혀 거리가 먼 학창시절을 보낸 나같은 사람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경우였다. 솔직히 글을 쓰는 재주는 없었다. 성공에 대한 기대, 그것에서 만들어진 습관, 습관에 의해 굳어진 훈련, 그 훈련으로 조금씩 나아진 결과물이 몇 편의 칼럼과 책으로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훈련에 의해 조금씩 나아진 글을 쓰는 재주를 제외하고 내가 가진 능력이라는 것은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력은 재능보다 노력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든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고, 또 많이 써봐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나는 Mind Literacy라고 본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병원은 병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도구들을 갖춘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병원을 의미하는 Hospital의 어원은 프랑스어이며 신의 호텔Hotel Dieu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병자를 치료하고 진찰하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이며 이방인을 환대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남아있는 문서 상 최초의 병원은 서기 369년 시저리아(케사리아caesarea,이스라엘 지방에 로마 사람들이 건설한 동네 이름으로 '가이사랴'라고 부르기도 한다.)에 설립되었으며, '지상천국'으로 불리었다.

 

병원Hospital의 어원이 신의 호텔Hotel Dieu이었다면,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와 같은 사람들은 신God을 섬기는 마음으로 병자들을 섬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혹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어떤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위하고 섬기는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지 타인을 돕기 위하여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병원의 어원이 그러하듯이, Literacy라는 단어도 그런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글이라는 것, 또 책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창작되는 세계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춰주고 새로운 소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소망을 담은 글, 그런 글을 창조해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Literacy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Leteracy라는 단어 앞에 mind를 붙이면,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글을 쓰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시대가 변화할수록 Mind Leteracy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위대한 인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정보화 시대, 스마트시대를 넘어 초연결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흔한 정보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굳이 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고, 비싼 돈을 주고 영상을 구매하거나 음반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에어컨, 청소기, 정수기, 심지어 침대까지도 렌탈하는 시대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나지만 평생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는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고용의 유연성은 커지게 되고, 그럴수록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도 위축되거나 소외되기 쉽다. 강하고 겸손한 마음, 수려한 마음을 바탕으로 생각의 속도를 높여가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