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평생 잊지 못할 아버님 말씀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2022.07.18 12:24:33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며 나무 팔아서 대학입학금 주셨던 아버지"

 

평생 잊지 못할 아버님의 말씀인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라는 명언을 잊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6세 때, 십 리나 되는 산골짜기 언덕 밑 초가집 서당으로 천자문을 배우라고 보내주신 덕분에 60년이 지난 지금도 한자(漢字)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셔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신 아버님께서, 6·25전쟁 때는 신의주까지 총 들고 싸우러 가셨다고 하니 인생 자체가 전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사무소에서 버린, 다 찢어진 신문을 얻어다가 등잔불 밑에 펼쳐 놓고 읽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꼴을 베어 오너라. 콩밭에 거름을 주거라. 모판을 나르거라” 하시며 일을 시킬 때마다 불만 가득한 눈으로 아버님을 바라보면서 결심했습니다. “아버지처럼 농사꾼이 되기 싫습니다. 서울 가서 기술을 배워, 기술자가 될 겁니다”라고 소리치면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가는 큰아들의 뒷모습을 아버님은 안타깝게 바라보셨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할 때도 늘 “기술을 배워도 제대로 배워야 하느니라. 남에게 뒤지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다가 대학을 갔더니 아버님은 등록금 걱정을 하셨지요. 입학금만 대 주겠다고 하시면서 겨울에 때려고 쌓아 놓은 나무를 팔아 만든 돈 봉투를 건네주시던 아버님의 걱정 어린 눈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불효자가 없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때로는 아버님의 도움을 받으며 대학 3년이 지날 때쯤 군사 정권이 들어서자 제가 군사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는데, 나중에 보시고 “그런 글을 쓰면 잡혀간다”고 꾸중을 하셨지요. 꾸중하실 때는 이미 호된 고통을 받고 나온 후였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였습니다.

 

대학 졸업식 날, 아버님·어머님은 난생처음 대학엘 와 보셨다면서, 캠퍼스 구경을 하시고 사진을 찍을 때, 저는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서울 중심에 있는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고, 아버님을 모셔다가 회사구경을 시켜드렸더니 만족한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회갑잔치는 사흘이 넘도록 동네잔치를 열어 드렸지요. 그걸로 불효자의 우매한 핑계와 위로를 삼으며 다시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뉴욕으로 연수를 간다고 하니, 아버님과 어머님은 제가 부모님을 시골에 놔두고 몰래 이민 갈까 봐 걱정하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동네 아저씨에게서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벽장에 쌓아 놓은 신문과 썩어가는 책들을 발견하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버님은 농사를 짓지 않고 선비로 사셨어야 하는 학자셨습니다.

 

저도 어느덧 환갑이 지났습니다. 90세가 되도록 건강하게 사셨던 아버님을 닮아 저도 건강한 몸으로 직장생활을 20년 정도 한 후 대학 강의를 하면서 책도 몇 권 쓰고, 원서도 몇 권 번역하고, 지금도 대기업과 공기업, 경영자 단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요동 치고 있습니다. 2년 반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로 인한 식량 위기와 자원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일명 ‘완전한 폭풍(Perfect Storm)’이 닥쳤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데도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한국은 스포츠와 문화 예술 즉, K-팝 등으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아마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철광석과 식량 등 모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인들이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한 덕분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선조들의 모델이 바로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이셨습니다.

 

갑자기 아버님·어머님이 뵙고 싶은 요즘입니다. 나이를 먹으니 옛날 생각이 자꾸 납니다.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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