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길 칼럼] 세상은 변해도 독서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아

2021.10.25 11:33:44

 

"세상은 변화한다. 고로 존재한다?" 호텔업계가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호텔에 투숙하며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북캉스’(독서+호캉스) 패키지를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져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니 도서업계 대신 호텔업계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장기화된 코로나 불황을 이겨보자는 고육책일 것이다.

 

패키지를 보니 각각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부터 직접 큐레이팅한 도서 증정, 상시 운영 라이브러리 공간까지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어찌됐든 책 읽기를 권하는 게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오히려 책을 안 읽는 요즘, 독서권장에 앞장을 서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말대로라면 지금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옛 당나라의 학자인 한유(韓愈)는 성남으로 글공부하러 가는 아들에게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이란 시를 지어주었는데 이 시엔 ‘네가 떠나는 때는 가을이니 등잔불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어라’란 구절이 있다. 

 

등화가친은 옛말이 되었지만 지금은 온종일 가을바람이 선선하니 전등을 등잔불 삼아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이야 냉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 시절엔 날씨가 독서에 큰 영향을 줬던 것이 상상이 된다. 더운 여름을 상상해보면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손엔 부채, 또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겼을 것 아닌가.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에 항상 아버지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었고 식사중에도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면 사전을 가져와 찾아서 알려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어린 시절 독서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평일엔 매일 한 시간씩 그리고 주말엔 3~4시간 독서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고 했다.

 

필자도 특별히 가을이라서 책을 읽기보다는 꾸준히 책을 사서 읽는 편인데 올해 들어 지금까지 7권을 읽고 또 3권의 책은 손주 보라고 산 게 전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9년 국민도서실태를 보니 한국인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6.1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5년 유엔 조사지만 한국인의 독서량은 192개 국가 중에 166위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손주에게 선물로 책을 사주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할 목적에서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서 누가 뭘 사줄까하면 손을 잡고 책방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연구소의 ‘199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결과 1998년 기준 초·중·고등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13.3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44분이었다. 독서량과 독서시간 모두 2년 전(1996년)과 비교해 줄어든 반면, TV와 비디오 등 영상 매체 접촉시간은 하루 평균 179분(약 3시간)으로 늘어났다. 만화 독서량은 한 한기 평균 24.9권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의 독서량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초등학생의 한 학기 독서량은 23.3권으로 1996년에 비해 5권이나 줄었다.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의 경우 “한 학기 내내 단 한 권의 일반도서(학습참고서·만화·잡지를 제외한 책)도 읽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10~12%에 달했다.

 

또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독서가 싫다’라는 응답이 26.1%로 가장 많았다. ‘TV·비디오 시청’(17.1%), ‘학교·학원 공부’(16.0%),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름’(12.9%)이 뒤를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기에 꾸준한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독서하는 것 보다는 성적을 올리는 것에 연연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여가시간에도 독서보다는 TV,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학부모들도 독서보다는 학교 공부나, 학원 강습을 더 바라는 것 같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학부모는 물론 우리 청소년들에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란 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이런 말도 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 몆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니누는 것과 같다.”

 

독서는 어휘력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를 보다 확장시켜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학부모와 성인들도 지적 향상을 위해 책읽기를 권한다. 사회에 반성 없는 의견들이 범람하고 정치는 진영논리와 프레임 씌우기가 횡횡하고 있다. 지성과 참된 사회의 진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독서를 할 일이다.

이보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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