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해설] ‘자사고 폐지’ 판결

2021.07.11 17:16:42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학교법인 동산학원(안산동산고등학교)이 제기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취소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한 판결에 강한 유감과 우려를 표하고 항소 의지를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미래교육’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과이며, 판결이 불공정한 교육 상황과 서열화된 입시 경쟁체제에 면죄부 역할을 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자사고를 페지하자고 주장하는 교육감은 또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다. 이들은 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한마디로 자사고가 불공정한 교육 상황과 서열화된 입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이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한 것이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사고는 모두 사학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도 국가 재정으로 학교를 세울 여력이 부족할 시기, 사학이 이를 담당하여 오늘의 한국을 건설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신뢰할 수준만 된다면 학부모들은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까지 자녀들을 자사고에 보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사고를 통해 입시 명문고가 부활하고, 이는 곧 고교 평준화 정책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면서 자사고 폐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됐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를 서열화하면서 공교육 황폐화를 가속했다고 본 것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에서 무더기로 탈락해 전주 상산고로 촉발된 자사고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마다 운영 성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직 교육부의 최종 동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올해 평가받은 전국 자사고 24개교 가운데 46%인 11개교가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앞서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사고·외고 등이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치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존치되지만 외고는 33년 만에, 국제고는 27년 만에, 자사고는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2의 고교평준화'다.

 

이번 주에는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지역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에 대한 교육부의 동의 여부가 남았다. 또한 내년에는 도내 한국외대부고, 인천의 하늘고 등 12곳이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 내년까지 자사고 평가 문제로 교육관청과 해당 학교·학부모·학생 간의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는 자사고가 일반고교보다 학생진학률 등 여러 가지 교육지표에서 떨어진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자사고를 지원하지 않아 자사고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신청할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교육계는 이번 자사고 폐지 논란을 계기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정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번에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조치를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놔야 한다.

 

교육당국은 자사고 평가 운운하면서 소모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우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시는 데 진력을 다한다면 자사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보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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