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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석기 칼럼] 많이 배우면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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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많이 했다고 잘 사는 건 아니다. 지혜로워서 부자가 된 것도 아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현명하지 않으며, 부지런하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느린 사람이라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건 그때그때 다르다.

“합리성과 지성의 차이(The Difference Between Rationality and Intelligence)”에 관한 글이 뉴욕 타임즈에 실렸다(Gray Matter / SEPT. 16, 2016. NYT).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과 지식 또는 지성은 다르다는 거다.

많이 알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오히려 배운 사람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이나 합리적인 결정과 행동은 지식이나 교양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

피도 눈물도 없는 승자 독식(勝者獨食, The winner takes all.)의 경쟁이 일어나는 상황은 뉴욕의 월가(Wall Street)에서 일어난 폭동에서 볼 수 있다. 무지막지한 소득을 올리는 금융가의 탐욕에 시민들이 돌을 던졌지만 어느 누구도 그 돌을 맞거나 반성하진 않았고 지금도 변한 건 없다. 그냥 코웃음만 쳤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탁월한 지식과 수준 높은 문화의식을 갖춘 집단을 꼽으라면 국회의원을 들 수 있겠다.

최고의 학력과 지성을 갖춘 300여 명의 집단에 대해 시민들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아마도 그 집단의 문화와 집단사고(Group Thinking)나 오랫동안 박힌 고정관념에 대해 국민들도 인정해 주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채,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며 등용한 공무원들도 2~3년이 지나면 공무원 집단의 문화에 길들여져서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적응하게 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욱 잘 견디게 된다고 한다.

“이 바닥이 원래 그래.”라고 이야기하는 업계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수십 년째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학문과 지성과 문화와 의식은 제각각인 모양이다.

세계 최고의 학구열을 자랑하는 한국, 세계 최고의 스포츠 실력과 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부정부패지수가 높고 갈등비용이 200조 원이 넘는다는 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지만, 아무도 이를 해결하거나 쉽게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시민들이나 지도자들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냥 말로만 걱정을 하고, 힘도 없는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고 싶은 넋두리만 하는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

물이 새는 바가지를 한없이 들고 있다가 어느 날 텅 빈 바가지를 들고 이웃으로 물을 얻으러 가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