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꿈이 생겼다.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디지털 노마드, 다소 두루뭉실해보이는 꿈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차는 관심 밖의 대상이다. 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는 동안, 한 번도 슈퍼카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차에 관심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감가상각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가격이 하락하는 슈퍼카를 타고 다닐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수천억의 재산이 있어도 슈퍼카를 타고 싶진 않다, 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져갔다. 슈퍼카 그 자체에 관심이 생긴다기보다는,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삶이 내게 주는 의미 때문이었다. 젊을 때 크게 성공해서 한평생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이 항상 그런 식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삶에는 반드시 반등구간이 존재하며, 그 구간을 얼마나 지혜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이 큰 폭으로 달라진다. 존경하는 어느 지인은 젊은 시절 크게 사업을 하며 수백억
언젠가 CEO클럽 모임에서 만난 분이 계신다. 공과계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사립대학교 교수님으로, 젊고 유쾌한 분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분들과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그 교수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경청을 정말 잘하시네요." 최근에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알게 된 또다른 분이 계신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분이었다. 그 분은 술자리에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원래 말이 그렇게 없어요?" 어떤 말을 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것이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질문을 하는가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말은 누구나 잘 한다.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질문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배울 수 없다.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상대방을 만날 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를 유심히 지켜보라. 상대방이 가진 마음의 깊이와 품격은 말보다 질문에 담겨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들은 곧잘 우울증에 걸리거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에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부모들은 한결같이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자녀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독서, 글쓰기 습관은 어릴 때 놓치면 좀처럼 습관화하기 어렵다. 일찌감치 길러줘야 할 습관 중 하나로써 읽고, 들은 것을 말하고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절대 간과해선 안 될 부분들이 있다. 그동안 강조했듯이 말을 하거나 글로 쓴다는 것 자체가 자기 생각과 의견, 느낌 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설득하고 자신의 삶을 실현하는 매우 적극적인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의견에 대한 확신과 신뢰,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을 중심으로 한 훈련된 주체성과 정체성을 통해 자신의 생각에 옷을 입히는 과정으로써 자연스럽게 표현능력이 생긴다. 형식에 치우친 글쓰기나 다소 딱딱한 정보 전달 텍스트보다 시나 영화 등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위주로 즉, 느낌이 살아 있는 낱말과 문장을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것이 표현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는 예문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림책, 도감, 시집, 논리적인 표현이나 정서적인 표현이 많은 책들이
최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소송전 패배와 상관없이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방침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어서 소송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모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가 주목된다. 2025년 고교학점제를 무리 없이 도입하고 이와 함께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추진 중이라고 말해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고유한 교육과정은 그대로 살려서 더 많은 학생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어차피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고교학점제의 취지다. 일반고로 전환이 되어도 학교 이름이나 교육과정은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게 뭘까? 선발방식이다. 우선 선발제도가 폐지되는 것이다. 본래 특목고·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대입 위주로 운영되면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논거를 들어 2025년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
어제(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눈에 띄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철학자 헤겔의 미학을 소재로 다룬 4∼9번도 고난도 문제로 언급됐다. 또 지난 6·9월 모의평가에서 나오지 않은 빈칸추론 유형이 수학영역에서 요구되는 문제로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변별력을 가르는 킬러 문항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이 추론 능력이다. 그렇다면 추론 능력이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사물은 시간과 조건에 따라 모양과 형태, 성질을 달리한다.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변화한다. 신체적인 변화는 세포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사람의 생각도 매순간 변화한다. 우리가 사는 복잡계는 이처럼 변화무쌍하다는 특징이 있다. 추론 능력은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힘에서 비롯되며. 유연한 사고에서 자라난다. 즉,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변화를 이해할 때 추론 능력이 길러진다. 역사는 바로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 실타래처럼 엮인 무수한 사건에 대한 변화의 요인들을 이해하고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이
논술·서술형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객관식 문제에 익숙했던 만큼 학생들의 부담도 큰 게 사실이다. 서술형 평가는 시험에서 배점이 크기 때문에 중요도도 높다. 내신 상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술형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느냐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논술형이 추가된다. 지금까지는 서술형이었지만 추가되는 논술형은 무엇인지 그 차이점을 알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먼저, 서술형 평가는 글쓰기 평가가 아니다. 주어진 조건에 답을 달면 되는 형태다. 다시 말해 문제와 답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즉 선생님도 채점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평가를 하는 것이다. 가령, 과목별 서술형 평가 중에 국어 서술형 평가의 경우를 보자. 대부분은 어떤 개념을 이해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설명하라는 문제나 요약하라는 문제가 많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원별로 제시되는 학습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문 내용을 배우고 난 뒤, 학습활동을 꼭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소단원이 끝난 뒤의 학습활동은 서술형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빼놓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서술형은 과정학습을 중시하므로 수학문제의 경우, 식을 생략하는 경
지난 몇 년 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쌀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 실패가 두려워 많은 책을 읽었다. 대부분 자기 계발서, 교육서적, 인문학 서적이었다. 적게는 하루에 1권, 많게는 하루에 5,6권 이상을 꾸준히 3,4년간 읽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게 몇 가지 있었다. 작가가 되었다는 것과, 깊이가 있는 독서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뒤, 최근에는 다양한 부류의 문학작품들을 접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는 위대한 작가다. 그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위대하다는 단어는 좋다, 괜찮다, 흥미롭다와 전혀 다른 부류의 단어다. 그가 쓴 글은 매우 지적이고, 세밀하며, 감동적이다. 훌륭한 글을 쓰는 위대한 작가였으며, 빅토리아 시대가 낳은 천재 중의 천재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찰스 디킨스가 25살에 집필한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구빈원(고아원)에서 태어나 불우한 유년시절을 거쳤으나, 따뜻한 심성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년이다. 찰스 디킨스의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 있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떤 역경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책은 도끼다!" 우리가 잘 아는 <변신>을 쓴 작가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만 한다"고 했다. 많이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깊이 읽어 깨닫고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책을 왜 읽어야 하고, 공부를 왜 해야 할까?' 또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습관적으로 읽고 습관적으로 공부하지는 않는가. 교육이란 세상의 다양한 가치들을 삶처럼 생생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아름다운 것과 도덕적인 것을 강렬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앎을 추구하는 존재다. 오감을 통해 배우고 경험과 학문을 통해 앎을 추구해 나간다. 그런데 경험으로 배우는 것과 학문을 통해 배우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좀 더 명확한 질문은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그 답을 찾는다. 경험과 오감은 수동적인 앎이다. 그러나 학문은 능동적인 앎이다.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 하더라도 '왜 그러한 사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하지는 못한다. 즉,
갈수록 수능 시험에서 지문이 길어지고 있다. 수능 국어영역에서 출제되는 문항은 총 45개. 여기에 시험지는 16쪽이나 된다. 80분 안에 지문을 다 읽고 문항을 풀려면 한 문제당 확보되는 시간은 채 2분이 안 된다. 게다가 변별력을 위해 3~4개 정도 킬러 문항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가정할 때 시간 할애는 한 문항 당 1분을 넘겨선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지문을 얼마나 빨리 읽고 내용파악을 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꾸준한 독서훈련 없이 고득점 획득이 어불성설인 이유다. 독서 훈련이 안 되어 있는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 즉 독서 역량이 낮다는 것은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말로, 시험문제에서도 내용파악이 어렵다는 말과 같다. 알면서도 문제가 헷갈리는 지점에 바로 '독서 역량'이 숨어 있다.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도 문제 파악이 어려우면 실수는 반복하게 되어 있다. 중간, 기말고사 등에서 반복된 실수는 수능에 가서도 실수할 확률이 높다. 특히 수능 국어에서 상위권 등급이 갈리는 부분이 독서영역이다. 독서 역량은 국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제시되고, 그 수준도
4차산업혁명 시대는 AI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바로 공감능력과 창의력이다. 그중에서도 창의력은 창조성이라고도 하며, 창조하는 능력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통찰에 힘입어 발휘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개념과 안목을 제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더라도 좀 더 빨리 새로운 사고유형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사고유형은 단편적 지식이 아닌 복합적 사고와 통찰력을 수반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고, 혹은 전혀 이질적인 생각과 관습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아는 시각, 즉 통섭의 관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일정 수준 이상 골고루 습득하고 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Liebig's Law)가 주창한 이른바 ‘리비히 법칙’이 있다. ‘똥통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식물성장에 필요한 여러 원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원리가 적용된 법칙을 말한다. 즉, '최대'가 아니라 '최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