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전업작가가 되고 난 뒤로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고요한 시간이 좋아서다. 새벽에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주 조용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재에서 책을 넘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 키보드 탁탁거리는 소리, 무언가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고요한 쾌감이, 나는 너무 좋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의 저서에서 종종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부랑은 전혀 거리가 멀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렴풋하게 했지만, 이렇다 할 멘토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기에 그저 괴로운 10대를 보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한 번도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 사색의 수준이 인생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엔, 틈만 나면 책과 노트를 펴서 묵상하고 생각을 진행시킨다. 10대 시절에는 사색의 즐거움도, 공부의 즐거움도, 이성친구를 사귀는 즐거움도 알지 못했다. 20대 때도 바쁘게 다니긴 했지만, 인생에 이렇다 할 즐거움 없이 산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통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맞으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보다 더 많은 순환 항체가 생긴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mRNA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으로 생기는 기억 B세포가 똑같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을 맞았을 땐 기억 B세포가 생겨도 수 주간 발달하는데 그치지만,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하면 기억 B세포가 몇 달간 발달하면서 훨씬 더 효능이 좋고 변이 제거에도 능한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대 분자 면역학 연구소장인 미헬 C. 누센츠바이크(Michel C. Nussenzweig)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액 샘플과 감염 병력이 없는 mRNA 백신 접종자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했다. 일단 생성되는 기억 B세포 수는 서로 비슷하게 나왔다. mRNA 백신을 접종하면 2차 접종을 하기 전에도 기억 B세포가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기억 항체를 점점 더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나면 이런 발달 과정이 중지됐다. 여전히 많은 수의 기억 B세포가 항체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항체가 더 강해지진 못했다. 항체 가운데 일부는 델타 등 코로나 변이를 중화하는 능력도 보였지만 그런 항체가 더 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위대한 인간상에 대하여 수년 전 학원에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여학생이 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그 여학생은 어느덧 중3이 되었고, 고교 입시를 앞두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밝은 얼굴로 지내던 그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가여워서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곤 했다. 오늘은 이런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저 대학 안가고 생명과학고 갈려고 해요. 아직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이렇다 할 꿈도 없거든요.” 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며, 대학은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교수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단다.”하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선생노릇을 해왔기에 보고 들은 것도 있고, 50년 뒤에도 학생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었기에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쓰면서 완벽한, 훌륭한 인간상을 가진 인물들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 도서, 영화, 주변인물 분석 등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사람들을 관찰하고, 특성을 공부하고, 사람을 얻고 잃는 부분에서의 차이점을 관찰한다. 그런 과정들을
'승자독식(勝者獨食, Winners takes it All)'은 틀렸다. 그렇게 해서 이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자동차 한 대가 나오는데 수천 명이 함께 일을 한다. 보이지도 않는 반도체 칩(Chip) 한 개를 만들고, 스마트 폰 한 개를 만드는 과정은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여기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규모와 크기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급여를 받고, 일한 만큼 먹고 살고 있다. 다리를 놓고 아파트를 짓는 현장을 보라. 어찌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은 어느 누구도 혼자 일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심한 고독과 우울을 느끼며 '정신적 건강의 위기(Mental Health Crisis)'를 겪고 있다. 명동에서 평생 구두를 닦고 고치는 할아버지가 전남대학교에 12억 원을 기부하셨고, 영화배우로 일생을 사신 어른께서 500억 원을 기부하셨다. K 산업의 회장이신 할머니께서는 700억이 넘는 돈을 카이스트에 기부하시며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나오기를 기원하셨다. 이들은 돈을 벌었다고 혼자 갖지 않았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대학에서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고르게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시대가 복잡계로 흐르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글쓰기 능력이다. 미래인재 역량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ICT(정보통신기술)는 다양한 매체를 양산하면서 새로운 의사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SNS나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는 글쓰기도 이젠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업무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도 전화보다 더 활발하게 교신하는 것이 글이다. 짧건 길건 간에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술호응하는 문장으로 글을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호감도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비문과 오문이 난무하는 중언부언하는 글에 호응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요하는 논설문 작성에 대한 평가를 고시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글쓰기 평가를 통해 하위 10~20% 학생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당시 밝혔었다. 이러한 취지는 대부
아몬드, 어른을 위한 소설 최근에 [아몬드] 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전 세계 12개국에 출간된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소년이다. 우연히 어렵게 자란 친구, 곤이를 만났고, 곤이와의 관계 속에서 사랑, 우정, 행복과 같은 단어를 찾아간다. 나와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온 아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단어도 생소했거니와 스토리 전개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랬기에 제법 유명한 롱텀Long-Term베스트셀러 작품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친구, 곤이는 평생을 어렵게 산 아이였다. 놀이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뒤 소년원에서 13년을 산 곤이는 거친 아이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장면, 상황, 그 앞에서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표현하는 것도 서툴다.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감정표현불능증, 존재하기나 하는 증세일까? 놀랍게도 세상은 감정표현불능증에 취해 있는 사람을 능
“과학만으로는 병든 사회를 고칠 수 없다(Science alone can’t heal a sick society. Jay S. Kaufman)”는 2021. 9. 11. 자 뉴욕타임즈 칼럼이다. 적극 공감하면서 두어 번 읽었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사람, 백신 접종을 거절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의학의 힘을 의심하거나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가는, “일부 질병관리 담당 공직자나 정치꾼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주의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잘 정리되어 있다.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거나 국가가 패망의 길로 들어 섰다면 어찌 과학과 의학으로 치유할 수 있겠는가? 고대 로마 그리스 시대로부터 문법학, 수사학(修辭學), 철학과 천문학, 윤리와 도덕 등을 골고루 가르쳤다. 요즘도 가끔 펼쳐 보는 빨간 책, 1962년 뉴욕에서 출간한 “과학의 역사(A History of the Science, Stephen F. Mason)에는 로마 그리스시대의 자연 철학자들로부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문리적 우주론(Physical Cosmology)과 피타고라스의 평균율은 물론, 플라톤의 아카데미에 맞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움(the L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 합의를 추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보도했다. WSJ은 당장 9월 FOMC에서 월 1천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축소가 시작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번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다음 FOMC 정례회의인 11월 2∼3일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이퍼링(tapering)’은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취했던 ‘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뜻한다. 그런데 양적 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 이렇게 정부는 출구 전략 가운데 하나로 테이퍼링을 실시하게 된다. 영어로 ‘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인데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즉, 수도꼭지를 천천히 조금씩 잠그듯 정부가 시장에 푸는 돈의 규모를 서서히 줄여 간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볼 수 있었던 테이퍼링 사례는 지난 2
“미국 양당주의의 대승리(“Triumph of U.S. bipartisanship”, JoongAng Daily, Koichi Hamada, 2021. 9. 6)”, “우리의 미래는 과거에 빠져들고(“Drowning our future in the past”, NY Times, Maureen Dowd, 2021. 9. 6), “미국의 새로움, 전쟁의 두려움(‘America’s New, Disturbing of War’, NY Times, Samuel Moyn, 2021. 9. 6)를 기반으로 작성한다. 오늘, 2021년 9월 6일의 주요 외신을 읽으면서 한국의 현재를 생각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수십 년 동안 두 개의 정당으로 국가를 통치해 온 것에 비해 한국은 1945년 해방 이후 200여 개의 정당이 등록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인물 중심으로 변해왔다. 이들에게 통치철학이나 애국심을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올바른 교양을 갖추었거나 지적인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최근에 다시 깨닫고 있다. 변호사나 교수,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라고 해도, “평판과 품성이 같지 않다(Reputation is not
유럽연합은 최근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징후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여기서 핵연료 재처리 작업을 위한 준비 징후로 볼 수 있는 활동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EU 대변인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 보고서에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가 가동된 징후가 있고, 방사화학연구소가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필요한 시간과 일치하는 기간 동안 가동됐다는 정황이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정부도 지난 7월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포착했으면서도 같은 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재가동 징후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북한의 ‘핵 시위’에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만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북한 핵시설 재가동 정황이 이처럼 IAEA북핵 동향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는데 영변 핵시설에서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는데 IAEA는 2018년 12월부터 올 7월 전까지는 5㎿ 원자로가 가동됐다는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이 발견되면 당연히 IAEA가 사찰에 나서야하지만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