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실시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에서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학원들은 이번과 같은 오류가 수능에서 발생했다면 최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을 내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에 대한 심사 절차를 거쳐 '정답 없음'으로 판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문항은 모두 정답 처리할 예정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9~12일 오후 6시까지 31개 문항에 대해 68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며, 해당 문항을 제외한 30개 문항은 문제 및 정답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출제 오류를 인정한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은 해파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천해파와 심해파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이의신청 내용은 ‘어느 해파가 심해파에서 천해파로 천이되는 과정에서 파장이 짧아져 h1은 h2의 10배보다 크므로 '보기' ㄱ은 거짓이다. '보기'에서 참인 항목은 ㄴ뿐이며, 이에 대한 선택지가 없으므로 정답 없음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심해파와 천해파는 ‘특정 지점에서의 수심과 파장의 비율’로 구분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므로 '보기' ㄱ의 진위는 참이 될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평가원은 "문제 출제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문항 오류가 발생,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후 출제 단계마다 학문적 엄밀성과 문항의 완성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과 같은 출제 오류가 수능에서 발생한다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종로학원은 "지구과학Ⅱ는 2022학년도 수능 기준 선택비율이 0.8%로 적지만, 과탐Ⅱ는 2023학년도 기준 서울대·카이스트·울산과학기술원이 필수로 지정했고, 한양대와 단국대 의약학 계열 등 14개 대학이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목"이라며 "과탐에서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수능에서 생명과학Ⅱ에 대한 오류가 발생한 뒤 수능 출제 및 이의 심사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됐음에도 집중 관리 영역인 과탐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며 "제도 개선책 등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반영한 최종 정답과 이의신청 답변자료는 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험생은 다음 달 6일 개인별 성적통지표를 받는다.